오늘은 등산을 가는 날이다. 올해부터 20년 지기 친구와 한달에 두번씩 등산을 가고 있었는데, 이번 등산코스는 내가 계획하는 순서였다.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 정기적인 만남, 새로운 활동의 시작을 목표로 시작한 이 등산 모임이 지금까지 6개월간이나 이어져 왔다는 것이 신기하다. 찜질방에서의 토론과 회의 끝에 꼭 해야할 중요한 임무라는 것에 합의를 했고, 약속을 어길 시 돌아오는 불이익에 대해서도 생각한 결과 빠질 수 없는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산을 하면서 부산 시내에 있는 산을 이미 거의 다돌아보았고 - 물론 각 코스모두를 돈 것은 아니지만, 해당하는 산에는 한번씩 돌아본 것 같다. - 가까운 진해와 양산까지 돌아본 터라 멀리까지는 가기는 그랬기에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을숙도까지 걸어가는 것을 생각했다. 어릴 적에는 소풍 장소로 참 많이 갔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가본 적이 없기도 하고, 거기까지 가는 길 또한 꽤 멀어서 운동으로도 꽤나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가서는 딱히 할 게 없다고 판단해서 좋은 놀이가 없을까라는 궁리를 하게 되었는데, 문뜩 떠오른 것이 바로 '연'이다.
'연', 초등학교 이후로는 날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요새도 연을 날리는 것을 배울까? 배운다기보다는 전통놀이 중 하나, 그것보다는 그저 놀기 위한 하나의 종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까? 부쩍 연에 대한 생각이 이어지자, 당장 문자를 돌려 연을 날리기로 결정했다. 등산이라는 목적으로 결합되긴 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만 부합되면 될 것이 아닌가. 새로움과 운동,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활동! 그래서 을숙도 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이 진행이 참으로 어려웠다는 것이 결론이다.
일요일날 만나서 연을 날리기로 했기에, 토요일에는 구해야했는데, 참으로 애석하게도 토요일 약속이 정해져 있어서 구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방구나 팬시점에 가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일요일 하루의 어려움의 시작의 출발점이었다.
아침일찍 서둘러 대형마트에도 가보았지만, 연은 팔지 않았다. 그와 더불어 대학교 앞과 초등학교 앞의 문방구는 문을 열지 않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막상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없으니 난감하다. 더불어 우리의 전통 문화인 연날리기가 이렇게나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어릴적에는 연을 가지고 많이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친구와 한 약속이나 어길 수도 없고, 오늘은 연을 날리기보다는 연을 제작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하고, 친구와 만나 남포동의 국제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그 정도 크기의 시장을 둘러보면 나오지 않을까해서이다. 꼭 만들고 말테다.
남포동에 구경온 지 수십년은 된 것 같다. 그 규모가 이렇게 큰지 어릴적에는 몰랐다는 것이 신기하다. 더군다나 현재는 많은 최신식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고, 거리 또한 깔끔하고 단정하다. 걷는 것도 운동이라는 생각에 국제 시장 전 구역을 한 번씩 다돌아보았는데, 완제품은 없다치고라도 연을 만들 재료 또한 찾기가 쉽지 않다. 대나무, 화선지, 실, 얼레 정도면 있으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화선지만 찾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없다.!!! 몇 시간동안이나 돌아서 탈진 상태에까지 갔는데도 없다.!!! 도대체 어디있는걸까.? 이렇게도 연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인가?
결론은 화선지만 샀다는 것이다. 실은 집에 있는 낚시줄 가지고 하면 될 것 같고, 대나무는 학교 뒷편에 있는 숲에 있고, 얼레는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연을 만들어서 하늘에 띄우리라.
힘차게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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