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주, 토요일. 친구와 등산을 가는 날이다. 친구가 주말에 일이 있다며 오늘 가잖다. 오늘은 나의 계획대로 등산이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에, 울산의 대운산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예전에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도중 하산해야했던 천성산이라는 곳에 다시 올라가는 것이었다. 천성산의 내원사가는 등산길은 개인당 입장료와 주차비를 각각 2000원식 지불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운산으로 가는 길과 등산로에 관한 정보를 조사한 후, 등산을 위해 지하철역에서 보았다. 지도상으로 바로 양옆으로 있는 천성산과 대운산. 그래서 서로 아주 가까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친구의 말은 교통상의 차이로 대운산이 두 배이상의 시간과 교통비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수정을 해서 원래 계획인 천성산 재등반을 목표로 양산으로 향했다. 내원사 입구까지는 차가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을 올랐다. 예전에 한번 와보았던 곳이라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오늘의 등산길 : 내원사 주차장 - 내원사 - 천성산 2봉 - 내원사 - 내원사 주차장 (총 약 6Km)
오늘의 등산시간 : 오전 10시 ~ 오후 3시 30분 (약 5시간 30분)
오늘의 실제등산시간 : 약 3시간 30분
구름이 많이 많이 어둡워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요새 통 기상청의 예보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찝찝한 느낌은 마음 구석이 있었다. 날씨 덕분인지 오늘은 등산객들이 많이 없다. 조용하여서 친구와 마음껏 대화가 가능했기에 아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콧노래의 흥얼거림이 마냥 즐겁다. 어색한 목소리로 친구와 같이, 노래를 불렀다. 생각해보니 친구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부끄러워 넘어가고, 가사를 몰라 넘어가고, 못 불러서 넘어가다보니 친한 친구들 앞에서 조차 직접 노래를 부른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그 정도로 나를 들어내는 데에 서툴렀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새로운 변화. 나는 점점 더 나를 표현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싸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며 쉬고, 계곡물의 흐름에 쉬고, 절벽 같은 바위 위에 서서 보이는 장관에 쉬고, 암벽 같은 등산길을 올라가며 힘겨워 쉬고, 맑은 공기를 맡으려 숲길에서 쉬면서 천성산 2봉 비로봉에 도착했다. 비로봉 주변은 모두 뿌옇게 변해있었다. 안개로 20m 앞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날카롭게 솟은 변성암 조각들이 마치 텔레비전에서 보던 뾰족한 중국의 산들을 연상시켰다. 비로봉 비석의 맞은 편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날카로운 돌들 사이에 뭉퉁한 곳이 있었는데, 그야 말로 명당 자리였다. 그 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하듯 눈을 감았다.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은 안개 때문인지 왠지 내가 공중에 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머털도사에 나오는 누덕도사의 집 위에 있는 것처럼 높은 돌 기둥위에 혼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서움이 들 정도였다. 사진을 핸드폰으로 몇 장 찍고 서늘해지는 바람을 뒤로 한채 길을 나섰다. 원래의 등산 계획은 비로봉을 거쳐 공룡능선을 따라 내원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려 했으나, 올라오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비로봉을 끝으로 하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는 길은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다. 맑고 깨끗한 산 속을 벗어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오늘의 산행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친구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바로 악기를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서로 예전부터 악기하나는 꼭 다루자는 말을 많이 해왔지만, 현재까지 미뤄왔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한달 동안의 방학동안에 악기를 꼭 연주해보자고 서로 동의했다. 한명이 하는 것보다는 두명이서 하는 것이 더욱더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개인도 스스로 연습을 꾸준히 하도록 해야하겠지만, 모임과 그 진행 정도를 공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다면 더욱더 정진할 수 있는 윤활유가 되어 줄 것이다.
'여러모로 오늘 등산은 나에게 의미가 크다.'
- 2009. 7.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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