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프다. 뻑뻑하고 피로하고 덕분에 머리까지 피로하다. 뇌가 파업이라도 하는 듯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다. 요새 아침은 콧훌쩍이는 소리로 맞는다. 아침 저녁으로 콧물이 나와 흘러내리는 증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안경 도수가 맞지 않는지, 눈이 피로해서 눈을 크게 뜨는데도 쌍커풀이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괜시리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도록 해보지만, 금새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하루가 있어, 그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아침부터는 올해 후반기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코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저녁에 동아리 모임에서 발표할 세미나 주제에 대한 토의와 남들 앞에서서 진행을 해나가야하는 임무가 또한 주어져 있었다. 그리고 몇 일전에 신청한 택배가 오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주말을 겸해서 나태해진 채로 쭉 이어져, 오늘까지 게으름에 의한 피곤에 허덕거리고 있는 날이기도 했다.
  어느덧 동아리 모임이 한 반년이 지나갔다. 학기 초의 나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스스로 놀랄 정도이다. 사람들과 마주쳐도 긴장을 하게 되는 참 소심한 나였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하게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진행까지 한다니 친구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것이다. 비록 임시로 동아리의 진행요원으로써 정리정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는 커다란 경험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생각했던 데로 되기는 커녕 오히려 당황해서 식은 땀까지 났으니 말이다. 사람들의 말을 모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서로 상반되고 반대되는 의견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며 결론을 내야할 지, 의문점에 대한 해결책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등등등.. 혼란과 당황 속에서 어찌어찌 끝냈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나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아리원 덕분이다. 긴장하는 나를 위해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건 저렇게 하면 더 좋겠지. 이렇게 하는 게 더 낮겠다. 이렇게 해보자 ... 이런 말들을 편하게 나에게 전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일단 기본적으로 진행자의 권한과 행동지침에 대해 알게되었다. 우선 사람들 앞에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은 권한과 의무가 따르기 마련인데, 오늘의 나는 권한보다는 의무에 더 치중했다고나 할까. 두 가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데, 익숙치 않은 일이라서 의무감에 생각나는 데로 말을 뿜어 냈던 것 같다. 어줍짢은 의무감 때문에 더 큰 혼란이었고, 그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어중간한 태도였다. 해결책 제시와 의사 결정에 대한 방법, 대화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 등.. 너무나도 많은 나의 부족함을 보게되어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냄으로써 오히려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은 것 같다. 모든 것들은 한 번에 익히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씩 생각해보며 고쳐나가야 겠다.
  일단 다음에 할 때 꼭 해야할 것은 '적어가면서 하기'이다. 이것 저것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되었었다. 그래서 더욱더 우유부단하게 있었던 것 같다. 의견들을 받아적고, 그리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일단 문제 해결을 한 뒤, 체크해나가면서 단계를 진행해야겠다. 그리고 현재 의견이 결정되지 못할 것들은 다음 시간으로 의견 결정을 미루고, 회의에 대한 결정권과 진행은 모두 진행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비록 이런 기회가 한번뿐이 남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만 2일간의 이러한 경험은 내 인생에서 아주 색다른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이런게 아니겠어?
 
  색다른 경험을 한 하루.
 
  도착한 택배 속 물건에 아주 기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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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키보드 받침대가 가라앉았다. 양 옆에 고정되어 있었던 철근들의 나사가 빠져 나무로 된 키보드 판이 부서지면서 내려앉았다. 한쪽만 그래와서 별 생각없이 써왔는데, 나머지 한쪽이 힘에 겨웠는지 주저앉아버렸다. 미리 고쳤으면 좀 더 오래 견딜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이미 뒤늦은 후회. 평소에 공구와는 거리가 다소 있었던 나로서 고쳐지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공구 박스를 뒤졌다. 나사와 드라이버만 있으면 고칠 수 있겠다 싶어 박스를 뒤져서 나사를 찾고 커다란 드라이버를 꺼냈다. 대충 철판과 나무사이를 맞춘 뒤 나사를 조여 나가니 금방 고쳐졌다. 생각보다 간단할 걸?
  이것저것 고칠 것이 있어도 그냥 내버려둔게 많았었는데 이렇게 고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뭐가 그리 귀찮았을까? 방학을 맞이해 여유가 있어서 해버린 걸까? 생각해보면 고치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5분만에 고쳤는가.? 후후. 어찌되었던 간에 무엇인가 잘 못되어가고 있는 것이 보이면 당장 바로 잡는게 필요한 것 같다. 나중에 뒤늦게 더 큰일로 더 큰 힘을 써야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잘못된 행동이 보이면 그때그때 바로잡자. 나쁜 버릇처럼 습관이 되어 나중에 고치는 데 더 큰 고생을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간만에 무엇인가 고쳤다는 뿌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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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주, 토요일. 친구와 등산을 가는 날이다. 친구가 주말에 일이 있다며 오늘 가잖다. 오늘은 나의 계획대로 등산이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에, 울산의 대운산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예전에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도중 하산해야했던 천성산이라는 곳에 다시 올라가는 것이었다. 천성산의 내원사가는 등산길은 개인당 입장료와 주차비를 각각 2000원식 지불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운산으로 가는 길과 등산로에 관한 정보를 조사한 후, 등산을 위해 지하철역에서 보았다. 지도상으로 바로 양옆으로 있는 천성산과 대운산. 그래서 서로 아주 가까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친구의 말은 교통상의 차이로 대운산이 두 배이상의 시간과 교통비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수정을 해서 원래 계획인 천성산 재등반을 목표로 양산으로 향했다. 내원사 입구까지는 차가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을 올랐다. 예전에 한번 와보았던 곳이라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오늘의 등산길 : 내원사 주차장 - 내원사 - 천성산 2봉 - 내원사 - 내원사 주차장 (총 약 6Km)
 오늘의 등산시간 : 오전 10시 ~ 오후 3시 30분 (약 5시간 30분)
 오늘의 실제등산시간 : 약 3시간 30분

   구름이 많이 많이 어둡워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요새 통 기상청의 예보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찝찝한 느낌은 마음 구석이 있었다. 날씨 덕분인지  오늘은 등산객들이 많이 없다. 조용하여서 친구와 마음껏 대화가 가능했기에 아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콧노래의 흥얼거림이 마냥 즐겁다. 어색한 목소리로 친구와 같이, 노래를 불렀다. 생각해보니 친구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부끄러워 넘어가고, 가사를 몰라 넘어가고, 못 불러서 넘어가다보니 친한 친구들 앞에서 조차 직접 노래를 부른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그 정도로 나를 들어내는 데에 서툴렀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새로운 변화. 나는 점점 더 나를 표현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싸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며 쉬고,  계곡물의 흐름에 쉬고, 절벽 같은 바위 위에 서서 보이는 장관에 쉬고, 암벽 같은 등산길을 올라가며 힘겨워 쉬고, 맑은 공기를 맡으려 숲길에서 쉬면서 천성산 2봉 비로봉에 도착했다. 비로봉 주변은 모두 뿌옇게 변해있었다. 안개로 20m 앞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날카롭게 솟은 변성암 조각들이 마치 텔레비전에서 보던 뾰족한 중국의 산들을 연상시켰다. 비로봉 비석의 맞은 편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날카로운 돌들 사이에 뭉퉁한 곳이 있었는데, 그야 말로 명당 자리였다. 그 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하듯 눈을 감았다.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은 안개 때문인지 왠지 내가 공중에 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머털도사에 나오는 누덕도사의 집 위에 있는 것처럼 높은 돌 기둥위에 혼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서움이 들 정도였다. 사진을 핸드폰으로 몇 장 찍고 서늘해지는 바람을 뒤로 한채 길을 나섰다. 원래의 등산 계획은 비로봉을 거쳐 공룡능선을 따라 내원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려 했으나, 올라오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비로봉을 끝으로 하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는 길은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다. 맑고 깨끗한 산 속을 벗어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오늘의 산행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친구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바로 악기를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서로 예전부터 악기하나는 꼭 다루자는 말을 많이 해왔지만, 현재까지 미뤄왔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한달 동안의 방학동안에 악기를 꼭 연주해보자고 서로 동의했다. 한명이 하는 것보다는 두명이서 하는 것이 더욱더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개인도 스스로 연습을 꾸준히 하도록 해야하겠지만, 모임과 그 진행 정도를 공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다면 더욱더 정진할 수 있는 윤활유가 되어 줄 것이다.

  '여러모로 오늘 등산은 나에게 의미가 크다.'

                         - 2009. 7.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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