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The Road) - 코맥 매카시 】


  이 책은 위대한가?

  코맥매카시작가는 엄청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한테는 타지인이라는 것과 평소 책을 그 작품으로만 보고 작가와는 동떨어져 생각해왔던 내생각에 의해 나에게는 무지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책에 쏟아지는 극찬들과 함께 책 표지에서 유혹하는 문구들이 나를 매혹했다. 그리고 평소에 사람들의 평가에 나의 구매결정을 잘하는 나에게 2007년도의 퓰리처상 수상이며, 각종 인터넷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라는 문구는 나의 흥미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전세계인의 가장 꾸준한 스테디셀러이면서 베스트셀러인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노란색의 문구는 이책의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책표지에는 어떤 모험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미스테리적인 분위기를  내는 색감으로 덮혀져있었다. 그야말로 난 이미 책표지에 이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 한번 속았다고 해야겠다. 아니, 그것보다는 내가 생각했던 The Road라는 책속에 담긴 내용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고정관념에 잡혀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이 책은 절망을 다룬 책이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면서 일어났던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내용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얻는 내용으로 상상했었던 내용이 읽으면 읽을 수록 나의 예상에 철저히 비껴갔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끝없는 절망의 연속이다. 이미 세상은 무엇인가모를 것에 멸망 직전인 상태이다. 아니, 이미 멸망한 상태로 봐야하는 것인가?

 아버지와 아들은 남쪽을 향해 간다. 그것은 단지 지금있는 곳보다 덜 추운 곳이라는 이유때문이다. 주변 모든 것은 쟃더미와 거기에서 나오는 재들로 온통 잿빛으로 덮혀있다. 모든 것이 불타있었고, 사람들 또한 무언가에 죽어서 곳곳에 흩어져 있다. 늘 먹을 것이 문제이다. 모든 것이 불타있어 살아있는 생명체조차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날씨 또한 늘 문제이다. 온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비와 눈이 반복적으로 오며, 항상 햇빛을 보기 힘들정도의 잿빛안개에 둘러쌓여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장 큰걱정은 아들이다. 모든 것이 아들을 위한 걱정이고 그 걱정들이 아버지의 삶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죽음의 충동을 억제한다. 그 와중에 그는 세계의 멸망전의 모습들을 추억한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일 뿐이다. 그에 비해 아들은 옛시절의 아름다웠던 모습들을 알지 못한다. 아들은 멸망한 시대에 태어나 암흑으로 가득찬 세계만을 볼 줄 안다. 그래서 아버지는 더욱더 안타깝고, 아들을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옛시절의 그 추억공간으로 이끌려고 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상황은 더욱더 절망속으로 향해간다. 사람과 사람들간의 믿음이 상실된 곳, 그리고 더욱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의식주의 기본적인 것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곳으로 향해간다. 몇일씩 굶는 건 예삿일이며 잠을 못자는 것 또한 일상생활이다. 하지만 그러한 암울한 일상의 뒤에는 꼭 희미한 희망의 빛을 비추는 곳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들은 가느다란 생명의 줄을 이어간다. 끊임없는 절망의 연속, 그 속에서의 작은 희망.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 일어난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지독한 병으로 죽는다. 어린 아들은 혼자남겨졌다. 하지만, 그 악한 상황속에서 아들은 곧 다른 일행을 만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은 무엇을 담고있나?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절망의 연속적인 모습들... 그리고 아들은 홀로남기고 아버지는 떠나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비참하다. 암울하다. 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용기라고 말을 한다. 그처럼 비참하고 암울한 상황에서 아버지는 죽는 것이 오히려 희망적이고 편안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병세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결코 아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욱더 아들에게 희망의 말들을 해준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 아들 역시 죽어도 상관없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무엇을 바라며 남쪽으로 끊임없이 아들과 함께 걸어갔을까.

 이 이야기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작가는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음을 알려주지 않고, 아들이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의 일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더 흥미롭다.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암울하고 비참했던 세계의 멸망에 대해 상상해보기도 한다. 처음 읽기를 마쳤을 때, 나는 그냥 멍했다. 이것이 이야기인가?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했었고, 성서에 비견될 정도의 소설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이 소설이 왜 베스트 셀러가 되었는지에 관해 이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더 이상한 마음이 들었고, 내가 무엇을 잘못 읽었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후회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은 몇 시간 뒤에 말끔히 씻어졌다. 어느덧 그 책에 대해 떠올리며, 나는 시작과 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아버지의 끊질긴 아들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게 되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의 희망의 길에 대한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 떠올리고, 내가 만약 저상황에서의 아버지 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감정을 이입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나는 이 책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대해서도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그러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 2008. 09. 17 -



Posted by 그로씽
BLOG main image
블로그 잠정 중단! by 그로씽

카테고리

두근두근 (110)
사색 (3)
각인 (2)
변화 (34)
감상 (9)
어휘 (16)
명언 (6)
계획 (7)
웃음 (0)
흥미 (11)
웰빙 (14)
배움 (4)
비밀 (1)
일정 (0)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