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후배에게 '선배, 점점 늙어가는게 보여요..!!' 라는 소리를 들었다.
게슴츠레한 눈빛과 멍한 얼굴로 피곤에 쩌든 모습을 보니 그렇게 말할만도 하다.
방학 때에 비해 너무 팍 삭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썩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다.
세월이 흐르니까 당연히 늙고 있는 것이지..... 라는 푸렴섞인 말로 그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니, 진짜 나이가 든 것 같은 느낌이다.
하긴 요새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하다. 귀가시간이 평균 12시니까. 뒤늦게 주섬주섬 커퓨터를 정리하고 학교를 나서면 10시가 훌쩍 넘고, 차의 막차 시간이 이미 지나가버려서 3번을 갈아타고 집으로 오던가, 2번을 갈아타고 걸어가던가를 선택해야 한다. 종종 1번 타고 가서 장거리를 걷기도 하지만... 그렇다 보니 어느날 10시에 집에 들어갔더니 부모님이 오늘은 왠일로 집에 빨리 왔냐고 하신다. 그렇다 보니 나의 학교 생활이 어찌보면 고등학교 때보다 더욱더 열심히 하고 있는 뿌듯함(?)까지 느낀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도 학교 생활에 종속이 되다보니 뉴스나 신문도 먼 나라 이야기다보니 어느날 9시가 넘었는데도 고등학생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저녁이 되어서야 머리 속에는 오늘이 수능날이었구나라는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하. 하. 하.
그렇다고 이런 생활이 영 힘들지만은 않다. 1, 2학년 때처럼 그냥 가야되니까 가는 곳이고, 남들이 다하니까 하는 그런 대학교 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엇인가 해내야겠다는 생각과 그 시절에 비해 많은 사람들과도 조금씩 길을 터가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조금씩 새롭게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조금은 성숙한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 주름살에, 퍽퍽한 피부에, 뾰룩지같은 여드름에, 처진 다크서클에, 덩그러니 살들이 남았긴 하지만 이것도 뭐 나름대로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처사인게 아니겠는가.
늙어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그렇지만 이제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운동하면 되지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지만, 현재의 생활에서 그러한 시간을 내는 것조차 힘들다는 생각을 하니, 어찌보면 나태함과 게으름의 변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부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는 데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
지금은 '늙어 가는 게 보여요'라는 소리로 나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만,
조금 후에는 '선배, 많이 성숙해지셨어요'라는 말로 평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역시나.. 그래도... 운동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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