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귀찮았던 것일까? 아니면 모자람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일까? 바쁘다는 핑계는 너무 맞지 않고. 아마 나에 대한 무지식함이 나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한다. 옷. 옷은 최대한 편해야한다는 공대생 나름의 철학이 있었지만, 요새 들어 한창 겉치레의 중요성을 느끼는 중이라 이참에 한번 쇼핑을 해보기로 했다. 주위의 친구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공대생이어서 내가 봐도 뛰어난 패션감각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보다 많이 나가본 사람이 알겠지 싶어 상훈이를 붙잡고 나가본다. 나 좀 어떻게 해보렴.
친구들의 옷을 골라줄 때는 이것저것 다 입어보라하고, 눈요기도 하면서 즐기는 데, 막상 내가 옷을 사야할 입장이 되면, 선택의 관문이 남아있어서 소극적이게 된다. 등가 교환의 원칙에 따라 천을 얻는 대신 나의 돈종이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쭈그러든 이유는 내가 옷들을 안골라봤기 때문이다. 패션이라는 단어가 내몸에 허용되는 것도 어색한 정도의 옷들을 걸치고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컨셉이라는 색다른 디자인을 도전할 용기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옷의 구매 결정에 있어서 확실한 느낌이 들지 않을 때는 안하는게 좋다. 이것이 몇 번의 옷을 사로 갔을 때의 교훈이다. 친구들이 괜찮다고 선택해준 옷들은 내가 조금 어색하거나 맘에 안든 경우가 있었는데, 그리 되니 몇 번 입지 않고 구석에 놔두는 경우가 많았다. 확실히 옷은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야 한다. 그럴려면 새로운 룩에 도전해 봐야하는데, 이것 참 돈이 만만치 않다. 머리꼭대기 위에서부터 발바닥까지 모두 바꾸어야 하는 나의 의상을 생각해볼 때, 괜찮은 옷을 세트로 구입하기란 무지 힘들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가방.! 모두 형것을 물려받아서 쓴 가방. 그 가방 외에는 등산용 가방뿐. 몇 년 째 쓰고나니 너덜너덜해져서 못 쓰겠다. 올해 시작부터 산다는게 아직까지 미뤄오고 있다. 대단하다. 우선 가방을 최우선으로 하고, 하나밖에 없는 신발 대체용으로 신발을 먼저 사기로 했다. 이곳 저곳 돌아 다녔는데, 역시 약간 비싼게 좋아보이더라. 나처럼 쇼핑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조금 이름 있는 메이커를 조금 돈을 들여 사서 오래동안 주구장창 쓰는게 나으리란 생각을 가지고 큰 맘먹고 신발과 가방을 질럿다. 평소같았으면 고르는데 한나절이 걸렸을 텐데, 옆에서 이것저것 살펴봐주니 의외로 빨리 골랐다. 좋다.
中.
오토바이로 바람을 가르며 사상으로 갔다. 오토바이. 뒤에 타서 덜컹거림을 직방으로 느꼈지만, 왠지 이색적이다. 오토바이에 대한 생각자체가 그리 곧진 않았지만, 막상 내가 타고 있자니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오토바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사고'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폭주족'. 이렇다 보니 내가 가지는 오토바이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긁혀진 오토바이를 보고, 친구의 손에, 바지에, 배에 난 상처를 보니 더욱더 무서워지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쌩쌩거리며 달리고 있는 이 친구를 보자니 그 중독성을 느낄 수 있을만하다. 뒤에 타서 친구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바람을 가르며 차들을 요리조리 앞질러가면서 달리다보니 왠지 모를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자유 속에 두려움이랄까. 그것보단 자유를 느끼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두려움을 이겨낸 자유의 느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에겐 새롭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늘 새롭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다.
- 2009. 8.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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