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 싫증을 느껴 게을러짐.
         심신이 피로하고 나른함.
고질 -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
         오래된 나쁜 습관.

Posted by 그로씽



   공모전을 제출했다. 이제 좀 쉬어야되지 않겠어? 쉬는 데도 방법이 필요한 법이다. 제출만 하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자는 생각을 가졌기에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었다. 무엇을 해야할까? 일요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그냥 이것 저것 하면 되겠지.?

  마치 무엇을 이루고 나서 느끼는 허무감이랄까? 그 다음을 예상치 못했기때문에 막상 그 시간이 닥치니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고 권태를 느꼈다. 잊고 지냈던 오래 숙성된 나의 습관이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의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하자라는 생각을 가졌을 때는 그래도 조금의 시간을 들여서 목표를 이루려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것을 팽개치고 무의식의 상태에 맡겨버리니 몸이 하자는 데로 하게 된다. 앉아서 멍하니 보고, 이것저것 인터넷의 가십거리에 눈을 맞추고, 흥미위주의 영상에 빠져 몸이 퍼질러져 눕고 만다.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 마음은 '귀찮아'를 연발해서 말하고 있다. '오늘 하루쯤은 이래도 되겠지.' 눕고. 자고. 멍하니 보고. 더워서 짜증만 부리다 꿈틀대고. 나의 뇌는 멍하니.. 멍하니.. 멍하니.. 뇌가 움직임을 멈춘듯 했다.

  영 개운치가 않다. 쉬어도 쉬는게 아닌 것 같다.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할까나.
  역시나 노는 것도 능력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쉬어야 할 때를 고대하며, 이것저것 생각이 많지만 막상 그러한 휴식시간, 또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때가 많은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였지만 시간이 주어져도 막상 다른 이유로 하지 않게 되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이처럼 쉬는 것도 쉽지 않다.
  하나하나씩 배우자.
  즐겁게 노는 것을 익히자.
  쉬는 것도 능력이라고요.


Posted by 그로씽



  신기하다. 방학 기간 중 이렇게 무엇인가 이루어 본적이 있었던가. 학기 중의 고단함과 피로함으로 대부분의 방학은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지냈던 옛 기억들을 뒤집고 이번 방학은 무엇인가 한가지 해내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첫 방학일 것 같다. 평소같았으면 여러날들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게임에 몰두해 있었을 텐데 이번 방학은 게임보다는 공모전 준비에 더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것이 더 뿌듯하다. 매일 같이 모여서 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친구와 같이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동행한다는 것이 기쁘다. 짜증나고, 기운빠지고, 힘들고, 지쳤을 때가 더 많았지만, 그래도 서로 조금씩 양보해가며 의지해가며 해나갔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대견스럽다.

  교수님의 스쳐지나가면서 말하셨던 앱스토어라는 어플리케이션에 관해,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다음에 그것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시작으로, 동아리를 가입하게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었을 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주제를 잡은 것, 때마침 SK와 LG에서 경쟁적으로 공모전을 열어 개발자들을 모으는 시기와 맞아 떨어져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 그 시기가 또 방학 중이라는 것. 모든 것이 어떤 하나의 연결고리처럼 이어져 한가지 작품으로 탄생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신기하다. 내게도 이러한 추진력과 끝까지 해내는 노력과 끈기가 있었다니.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영향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인가 하나라도 빠졌으면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동아리에 소개해준 나의 옛 중학교 동창, 동아리를 같이 들자던 대학교 친구, 나에게 앱스토어라는 개념을 일깨워준 교수님, 동아리에서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준 선후배들, 공모전을 연 각 회사들, 그리고 이것을 이루게 해준 시간들까지... 변화란 무엇인가 한가지가 변하면 바로 바뀔 수 있다고들 하지만, 수십년간 이어져온 성격자체를 그리 쉽게 바꾸는 것은 아마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힘들 것이다. 조금씩. 여러 곳에서 영향을 받아가며 수월하게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나의 속도에 맞춰 변화하면 되는 것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가 더 못한 것이 가장 두렵다는 안철수님의 말씀처럼.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나'가 세상을 향한 나의 인생에 있어 조금 더 전진하기만 하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 한비야님의 말씀처럼. 나의 길을 조금씩 가고 있다. 그것에 대한 결과가 한가지 나와서 나는 더욱더 기쁘다. 조금씩 조금씩 해내던 준비들. 지쳐서 못할 것 같다고 투덜대던 때, 눈과 목이 피로감에 아프던 때, 밤늦게 귀가하며 버스에서 졸며 종점까지 가던 때,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비를 맞으며 돌아갈 때, 프로그램이 이상해서 안해도될 고생을 견뎌낼 때, 매번 자리를 옮겨가며 해야할 때... 등 너무 많은 일들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오히려 더욱이 뿌듯한 추억으로 남아서 좋다.

  제출작품의 효율성이야 어떻든, 작품성이야 어떻든, 우리가 마음 속에 새긴 목표에 도달했고, 둘 모두 이러한 것을 처음 접했었고, 그것을 무턱대고 도전했고,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더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수상여부와 관련없이 조금씩은 성장했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다. 특히 나와 함께 공모전을 위해 두달여간 고생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성장. 그래. 이렇게...!


                           - 2009. 8. 15 -


Posted by 그로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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