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 변화
2009. 8. 30. 10:14



  답답하다. 기분이 좋지 않다. 바보같다. 이 느낌은 뭐지.? 아니.. 너무 익숙한건가?
  방학의 끝이 다가오니 더욱 그런가? 이때까지 해왔던 일에 대한 보상심리인가. 나태해지고 게을러진다. 힘도 없고, 몸도 찌뿌둥하고, 평소에 하던 일들도 모두다 팽개쳐두고 난 텔레비전만 멍하니 보고 있다. 하루 생활이 이렇다 보니 다른 날들도 연이어 좋지 않다. 어떤 새로움도 없고 웃음도 없고 즐겁지도 않다. 그래도 난 이러한 생활을 몇 일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러면 안되지. 안돼. 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른채 계속 피곤에 찌들어 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말이다. 이토록 기다렸던 자유시간이 이렇게나 엉망일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도 어이가 없다. 하고 싶은게 많았던 몇 주전과는 달리 또 다시 옛 습관이 나타나는지 난 혼자서 방황하고 있다.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그냥 퍼질러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능동적이지 못하다. 마음이 이러니 행동자체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를 버려두고 있다. 나와의 약속 자체도 모두 저버리고 있다. 이것만은 꼭하자는 다짐도 어느새 희미해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세월이란 참 난해하다. 어느 순간 확신에 찰 때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그러한 사실들을 잊게 만든다. 나도 모르는 사이, 혹은 알고 있지만 몸이 점점 나의 정신을 떠나는 사이에 이상과 현실을 점점 멀어져간다.
  사실, 이러한 게으름과 나태함은 전혀 즐겁지 않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 자체를 귀찮음으로 판단해버리니 좋을 리가 없다. 가만히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시간은 그 순간 몸자체를 편하게 만들지만 그 시간이 지난 후에 그 기억들은 나의 뇌속에는 전혀 있지 않다. 즉 내 기억 속에서의 시간은 단 1~2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봤었지라는. 오락프로그램은 순간순간 웃음을 주지만, 그것도 나태함과 게으름과 함께 보면 그리 달갑지 않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니 나도 따라 웃어지는 정도랄까. 이러니 전혀 즐겁다고 볼 수 없는 권태의 시간.
  이런 것을 알면서도. 몇 일간을 이렇게 보내니 참 사람이란 모를 존재다. 덕분에 쌓인 일들이 나를 괴롭힌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정신을 차려보려 애쓴다. 어이없게도 오늘 저녁 약속을 잡아놨다는 생각이 인제서야 든다. 내일까지 마감해야할 과제 또한 있다는 것도. 이벤트에 참가하려고 했던 것도 내일까지 기간이라는 것도. 이때까지는 전혀 모르다가.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쌓인 일들을 보며 스트레스까지 받으려니 힘들다.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나를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니까.
  정신을 조금씩 차리고 있다. 해야할 것들을 생각해내고 하나씩 해내기로 마음먹는다. 할 수 있다. 해내자. 더 이상은 쫓기듯 해야하는 일상들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 정한 일정에 맞춰 일을 진행 시켜 나갈 것이다. 모든 계획 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전에 스스로를 깨달아서 다행이다. 다시 마음을 잡고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

  뭐..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잖아? 익숙해질때까지.!



Posted by 그로씽

헌혈 - 피를 나누다.

 | 변화
2009. 8. 28. 08:14



  어떤 봉사활동이 있을까? 어떤 단체활동이 있을까? 몇 주간의 고민 끝에 동아리 내의 부활동으로 헌혈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들 바쁘기에 어디로 나가서 도움을 주기보다는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활동이 무엇이 일까 고민하다가 생명을 나누어서 주는 피를 기부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헌혈을 한지가 벌써 3~4년은 된 것 같다. 먹을 것을 얻어먹기 위해 군대에서 한번한 뒤로 안햇으니 말이다. 



  동아리 사람들이 모두 다 가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까봐 세 조로 나누어서 시간별로 갔다. 1시에 모여서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음에 놀라고, 깔끔하고 큰 건물에 한 번더 놀랐다. 헌혈 신청서를 작성하고 차례대로 검진을 받고 헌혈대에 앉았다. 생각해보면 헌혈이라는 것은 피를 나누는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 피를 나눈 가족...' 어떤 끈끈한 정이 있거나 의리를 다질 때 쓰는 말이지만, 헌혈은 실제로 생명의 기운을 나눈 사이가 되게 한다. 피를 나누어 주고 그 생명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이 되어준다. 다만 그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떻게, 누구에게 전달이 되어 나누어지게 되는 지 모른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것일 것이다.
  간식용이거나 문화상품권 받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헌혈 뒤에 이렇게 큰 의미가 있는 줄 미쳐 생각못했다. 생명, 나눔. 헌혈대에 앉아 한순간의 따끔거림을 참고 내 얼굴엔 미소가 생겼다. 내 소중한 생명의 기운을 누군가는 받고, 그 기운으로 살아가는데 한순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지혈이 잘못되었는지, 피멍이 들었다는 것이다. 자기 전에 반창고를 때고 보니 깔끔하게 있어야할 내 살결들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어떻게 된 것인지 지식인에게 물어보니 지혈이 잘 못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헌혈의 집에 가면 치료를 해준다는 말을 들어서 다음날 헌혈의 집으로 갔다. 약과 반창고와 붕대. 이것저것 치료를 해주더니 과제와 음료수를 함께 건네준다. 여름이라 반팔옷을 입고다녀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었지만, 단순한건지 약과 과자를 주니 고맙고 감사하다.
 
  한번쯤 피멍이 들어도 좋은걸?






Posted by 그로씽



  덥다!!! 덥다!!! 덥다!!! 집에서 주로 있는 터라 8월의 밖의 날씨가 이렇게 더운지 몰랐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견딜만 할 정도의 더위였는데, 오늘 실제로 밖에서 느끼는 체감상의 날씨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이 달의 막바지가 다되어서 무더위가 수그러들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진해의 버스에서 내려 시루봉의 끝자락 아파트단지에 서서 햇빛을 쬐다보니 그것은 단단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결정이 났다.
  겨우 등산길 입구를 찾아 산을 오르니 나무 밑의 그늘이 평온하게, 그리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른 산의 경치와는 다르게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길을 따라 무리지어 나타났다. 하지만 이 풍성한 나무들도 햇빛의 뜨거움과 여름의 후덥지근한 사우나식 바람을 잠재우진 못했다. 그나마 좋은 것은 그늘과 햇빛 사이에서의 온도차이이다. 더운건 매한가지지만 그 더위 속의 상대적인 차에 의해서 조금씩 기분이 좋았다 무거워졌다하는 것이다. 평소같았으면 똑같이 더웠을 그 날씨에서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활색이 도는 것을 보니 사람은 참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만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며 생각하는 것이다.
  그 후끈한 날씨들 덕분에 쉬엄쉬엄 쉬었다가 갔다. 그늘에 걸친 의자나 돌만 보면 쉬어갔으니 말이다. 의자에 누워 살며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산속에서의 상쾌함을 느끼며 낮잠을 잤다. 그 개운하고 편안함이란..
시루봉 정상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우뚝 솓아있다. 주변의 형세와 너무나도 확연히 비교되는 그 모습에 신기하여 놀랍다. 마치 산 봉우리 위에 커다란 돌덩이를 얹여놓은 마냥 곧게 선 돌덩이가 이색적이다. 그리멀지 않은 길에도 천천히 올라온지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바로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안민고개까지 능선을 따라 가보자는 생각에 다시 길을 나섰다. 더위의 절정 시간과 산 등선의 능선을 따라 줄어든 나무들 덕분에 따가운 햇살을 바로 맞게 되어 나의 체감온도는 급상승 했다. 힘들어서 그랬는지 그 덕분에 나의 몸들이 스스로 움직였다. 평소때는 하지 못한 행동들까지 괴음까지 내면서 취하게 된다. 친구는 열사병에 걸렸다며 이상하다고 했지만, 힘들 때 자신의 본 모습이 들어나는 것처럼 나도 세상을 향한 포효와 절규를 몸으로 나타내는 것은 아닌지...
  날이 어두워져 안민고개 끝까지는 못갔지만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알맞은 등산길이 되었다.
  어쨋든 오늘도 해내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역시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은...


  아주 더웠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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